SYNOPSIS
기상 음악이 울리기 전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은주에게 정해진 시간표는 익숙하다. 시설에서만 살아온 그는 ‘영보’ 밖의 삶이 궁금하면서도 두렵다. 자립의 기회를 얻은 은주는 긴 고민 끝에 용기를 내어 마흔셋에 처음 시설을 나와 자기만의 방을 갖는다. 그러나 사회의 속도는 너무 빠르고, 자립 생활 훈련에서 배우지 못한 일들은 끝없이 이어진다. 자유를 누리기도 전에 배척과 차별, 고립에 지친 은주는 다시 영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과 마주한다.
REVIEW
43년 동안 시설에서 살아온 은주에게 그곳은 익숙하고 편안한 삶의 터전이다. 그는 정해진 기상 시간보다 먼저 일어나 씻고, 시설 안의 가게에서 일하며 사람들을 모두 알고 어울린다. 은주의 말처럼, 적어도 이곳에서는 누구도 그녀를 질병으로 모욕하지 않는다. 처음에 은주는 시설 생활에 만족하며 탈시설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점차 용기를 내어 시설 밖에서 홀로 살아보려 한다. 희망을 품고 성실히 준비한 끝에 마침내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바깥세상에서의 일상은 기대만큼 쉽지 않다. (사회에서 살아온 개인들조차 적응이 벅찬 시대가 오늘날이다.) 오랜 시간 시설에서 살아온 사람에게 탈시설은 새로운 가능성이지만, 자립은 낯선 불안과 혼란을 동반한다. 영화의 역설은 바로 여기에 있다. 시설은 일반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회로부터 분리하는 공간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은주에게 그곳은 바깥 세상의 모욕과 낙인을 피할 수 있는 장소이자, 외로움에 지쳤을 때 돌아갈 수 있는 익숙한 공동체이다. 따라서 영화는 시설과 탈시설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찬반 논쟁이나 조현병에 대한 인식 개선에 머물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한 사람의 자립과 공존을 실제로 감당할 제도와 관계, 돌봄의 체계를 갖추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DIRECTOR'S NOTE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 대규모 정신요양시설에서 백여 명의 여성이 수십 년째 함께 지내지만, 그들의 삶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태어난 뒤 줄곧 시설에서 살아온 은주는 어느 날 밖으로 나가 자신의 삶을 꾸려보고 싶다고 말한다. 카메라는 은주가 스스로 결심하고, 낯선 현실과 부딪히며, 기대와 두려움 사이에서 흔들리는 시간을 가까이 따라간다. 자유라는 말이 은주에게 어떤 감각과 의미로 다가오는지 지켜보며, 서로의 존재를 얼마나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는지 묻는다. 그 질문은 시설 밖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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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Hei | heiiiiiki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