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소람은 숨을 몰아쉬며 저녁을 준비하는 노년의 할머니를 찾아간다. 몇 년 뒤 집을 떠나 처음 가사를 맡게 된 그는 ‘가사노동’이라는 말의 무게를 비로소 이해하기 시작한다. 오랫동안 어머니와 할머니가 감당해 온 보이지 않는 일을 돌아보며, 가사노동이 누구에게 배분되고 어떤 가치로 평가되며 어떻게 성별화되는지 질문한다. 친구들과 돌봄노동자들의 경험을 듣는 과정에서, 삶을 유지하는 근본 구조임에도 여전히 불평등하게 배분된 가사노동의 현실을 발견한다.
REVIEW
양말은 벗어 놓는 사람과 빨아 개키는 사람 사이에 적지 않은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문제적 사물이자, 가사노동을 상징하는 일상의 물건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제목의 첫 단어인 ‘양말’이 아니라 ‘누가’다. 양말로 표상되는 가사노동을 맡아온 이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한다. 영화는 감독의 할머니가 일하는 주방에서 시작해 다시 그곳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할머니의 주방은 결코 한 가족만의 공간이 아니다. 식사를 준비하는 곳에는 가정의 부엌뿐 아니라 학교와 일터의 급식실이 있다. 청소 역시 개인이 자신의 생활공간을 돌보는 일이면서, 동시에 가사관리사나 청소 노동자의 노동이기도 하다. 최근 가정 안에서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가사노동을 분담하고 협의하려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가정 밖으로 확장된 가사노동은 여전히 대체로 저임금 여성 노동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가사노동은 멈추는 순간 일상 전체를 불편하게 만들지만, 원활하게 이루어질 때는 마치 존재하지 않는 일처럼 여겨진다. 영화는 서로 다른 공간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손길과 목소리를 따라가며, 양말을 빠는 ‘누가’를 비로소 화면의 중심으로 불러낸다. 그중에는 할머니처럼 양말을 빨고 개켜 제자리에 넣는 일을 당연히 자신이 해야 할 의무로 받아들이는 이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이 하나 있다. 양말은 결코 저절로 빨리고 개켜지지 않는다.
DIRECTOR'S NOTE
영화는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이 성별분업체제를 공고히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시작하여, 가정과 사회 속 '필수 가사노동'의 분업 형태를 들여다본다. 오랫동안 비판받아온 가정 내 성별 분업 체제가 사회 속 가사노동의 외주화를 통해 도리어 점점 더 공고해지고 노골적인 모습으로 자리 잡지는 않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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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 Soram | rawvom@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