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1948년, 붉은 파랑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감독은 여수와 부산, 두 도시 사이의 바다를 따라 겹겹이 쌓인 존재와 기억을 짚어간다. 여수 주둔 군인들이 제주 4·3 진압 명령을 거부하자 이승만 정부의 진압으로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었다. 한국전쟁 발발 뒤 부산으로 피란한 정권은 좌익 색출을 위해 국민보도연맹의 일원들을 전국적으로 학살했다. 두 도시의 주요 학살지 너머에는 바다가 있었고, 여수에서 부산으로 이어진 국가폭력은 물결을 따라 흘러왔다.
REVIEW
앙상한 뼈대를 드러낸 괴이한 형태의 로봇 물고기가 진짜 살아 숨 쉬는 물고기 사이를 삐걱대며 유영한다. 가짜와 진짜를 가려내려는 인간의 욕망, 적과 아군을 분류하고 색출하려는 행위 속에서 한국 현대사는 비극의 길을 걸어왔다. <붉은파랑>은 여수와 부산을 잇는 바다를 따라 여순사건과 국민보도연맹 학살 사건의 기억을 불러낸다. 붉음과 파랑은 정치적 이념을 재단하는 상반된 두 색이 아니라, 부산과 여수를 잇는 바다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다. 누군가에게 그것은 푸른 자연이지만, 누군가에게 그것은 피의 흔적을 품은 장소다. 영화는 이 간극을 하나의 화면 안에 포개며, 기억과 망각이 교차하는 공론장을 만들어낸다. 수장된 기억들은 파도에 떠밀려 끊임없이 해안가로 돌아온다. 영화는 얼굴 없는 희생자들의 목소리와 편지, 기록의 파편을 통해 죽어서도 떠나지 못한 원혼들과 접속한다. 박금만의 회화, 이인영의 차를 바치는 의식, 노순천이 포착한 파도의 소리는 사라진 존재들을 현재의 감각으로 불러내는 예술적 실천이다. 돌이킬 수 없는 역사의 무게를 겸허히 마주하면서도 그 실체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예술가들의 책무의식은 지금도 이어진다. 영화는 이 모든 기억과 애도의 몸짓을 품은 채, 질곡의 역사가 요동치는 거친 파도 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든다.
DIRECTOR'S NOTE
바다로 둘러싸인 여수와 부산은 아름다운 관광지이자 감독이 태어나고 자란 두 고향이다. 그러나 깊은 바다 아래에는 국가폭력의 역사가 가라앉아 있다. 1948년 제주4·3 진압 명령을 거부한 군인들로 시작된 여순사건은 정부의 진압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낳았고, 이후 국민보도연맹 학살은 6·25전쟁을 거치며 전국으로 번졌다. 카메라는 두 도시의 학살 장소 너머로 이어지는 바다를 따라 이동하며 기록도 사진도 남지 않은 이들을 기억한다. 여수와 부산, 과거와 현재, 기억과 현실, 우연과 필연을 잇는 붉은 물결은 지워진 죽음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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