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한 장의 음반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드러낸다. 1980년, 베네수엘라 중앙대학교 콘서트 합창단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음반 『OPEC을 위한 운율과 노래』를 제작했다. 영화는 희귀한 아카이브 자료와 잊힌 노래들을 통해 석유를 단순한 자원이 아닌 팔레스타인 해방 투쟁과 범아랍 연대를 위한 정치 권력으로 바라본다. 신자유주의 경제로 인해 무너진 초국가적 연대의 이상을 되짚으며, 이미지와 아카이브, 그리고 자원 채취의 관계를 탐구한다.
REVIEW
영화는 한 음반에서 출발한다. 이 음반은 OPEC 창설 20주년을 기념해 1980년에 베네수엘라 중앙대학 합창단이 녹음한 『OPEC을 위한 운율과 노래』다. OPEC 회원국들이 서로의 민요를 레퍼토리로 합창해 부른 음반은 당시 하나의 정치적 공동체를 열망한 산 증거이다. 영화는 음반을 매개로 범아랍주의 연대와 팔레스타인 해방 정치를 되짚는다. 지금의 지정학에서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석유 산유국의 연대이다. 석유가 해방 투쟁의 지렛대이자 약속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렇다고 영화는 과거 OPEC의 “해방적 상상력” 복원에 집중하지 않는다. 음반을 시발로 우표, 편지, 잡지, 사진, 영화 필름, 뉴스 릴 등 미시적 아카이브 자료를 재배열한 영화는 오히려 공식 역사에서 비켜간 국제주의적 상상력과 실패한 약속들을 배열해 완성된 역사가 아니라 지워지고 비켜간 날짜들을 메워 넣는다. 그런 의미에서 원제 ‘불완전한 달력’은 오늘의 석유 정치가 잃어버린 ‘완성되지 않은 시간’이다. 현재의 석유는 “연대의 매개”라기보다, 전 세계 공급망을 흔드는 취약성의 매개에 가깝다. 한때 산유국 연대의 언어였던 석유가 지금은 시장 안정의 행정 언어로만 말해지는 것에 대한 애도가 묻어난다. 그런 점에서 오늘의 관객에게 영화는 매우 현재적인 영화다.
DIRECTOR'S NOTE
2019년 베네수엘라 합창단이 페르시아어, 아랍어, 요루바어로 민요를 발음대로 부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위한 시와 노래'를 접했다. 정확한 가창에도 원어민조차 완벽히 이해하기 힘들었던 이 음향적 지도는 언어와 음악을 연대의 장으로 탐구하는 계기가 되었다. 합창단과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첫 공연장인 아울라 마그나에 진입하고 전 단원들과 깊은 유대를 쌓았다. 그들의 목소리와 기록의 파편, 잔향은 제국주의적 개입에 맞서 잊히지 않아야 할 경계부의 역사와 연대의 서사를 풀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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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ía VERA | distribution@kinorebel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