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미국 곳곳에는 이제는 잊힌 퀴어 자연학자이자 생태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의 이름을 딴 장소들이 남아 있다. 영화는 세 곳의 이야기를 통해 훔볼트의 문장들을 오늘날의 삶과 연결한다. 방치된 지역을 녹지화하는 도시 활동가들, 레드우드 숲을 조사하는 과학자들, 큰뿔양을 보호 구역으로 돌려보내는 사냥꾼들이 그 주인공이다. 서로 다른 풍경을 가로지르며, 훔볼트의 ‘상호 연결성’ 개념이 무엇을 남겼는지 묻는다.
REVIEW
알렉산더 폰 훔볼트라는 이름이 남긴 지리적 흔적을 따라 미국의 자연과 문화를 엮는 실험적 에세이 다큐멘터리. 19세기 독일 자연학자이자 지리학자인 훔볼트는 요즘식으로 말하면 생태학자이자 기후학자이자 인류학자이다. 그는 자연을 풍경이나 자원으로 보지 않고 식물-동물-인간-지후와 지형 모두 서로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보았다. 영화는 훔볼트 이름의 세 장소를 시적이고 장난기 있는 구조로 병치한다. 네바다의 훔볼트 카운티 사막과 카지노, 뉴욕 버펄로의 훔볼트 파크 하이웨이와 공동체, 캘리포니아의 훔볼트 레드우드 숲이 그들이다. 지리적으로 보면 멀리 동떨어진 장소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이들을 하나의 생태적 지도 위에 엮어 낸다. 이곳의 환경 보호, 기술적 소외, 기후 붕괴의 문제를 교차하며 기후 비상 시대에 다시 중요해진 자연의 상호연결성을 다룬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훔볼트의 오래된 사유는 다른 시공간의 연결을 통해 영화로도 시연하고 있다. 영화는 “기후 위기”라는 익숙한 의제를 고발하는 방법 대신, 지명으로 연결된 역사, 생태학, 기술, 인프라, 지역 주민의 활동을 하나의 느슨한 지도로 엮어 훔볼트의 사유를 오늘날 풍경으로 다르게 말을 건넨다. 훔볼트에게 보내는 다소 지적인 그러나 유쾌한 러브레터이기도 하다.
DIRECTOR'S NOTE
<훔볼트 USA>는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미국의 역사와 환경주의, 기술에 남긴 유산을 탐구한다. 세 갈래 서사가 서로 얽히는 구조 자체가 ’생태학의 할아버지’라 불리는 훔볼트와 “모든 것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그의 사상을 형식으로 옮겨놓는다. 영화가 나아갈수록, 오늘날의 기술과 인프라가 만들어낸 연결성이 장소와 시간을 지워버리고 훔볼트가 그린 생명의 그물망을 덮어버리는 광경이 드러난다.
이 영화는 내가 훔볼트에게 보내는 조심스러운 연서인 동시에, 미국의 자연관과 그 안에 깃든 유럽 중심의 사고틀을 비판적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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