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카르틀리는 트빌리시에 있는 오래된 요양원이다. 지금은 버려진 채 전쟁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가족들이 머물고 있다. 건물은 점점 무너져 내리고, 주민들은 시위를 이어가지만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카르틀리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공간이 되며, 약속된 땅을 향한 꿈은 서서히 희미해진다.
REVIEW
카르틀리라는 이름은 조지아의 역사 속 왕국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카르틀리 왕국의 비밀>이 찾아가는 왕국은 과거의 영광이 남은 장소가 아니다. 그것은 오랜 시간의 흔적이 쌓인 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작은 세계다. 전쟁 이후 고향을 잃은 이들이 머물러 온 이곳은 더 이상 단순한 임시 공간으로 남아 있지 않다. 시간이 축적되며 기억과 관계가 깃든 이곳은 그들에게 하나뿐인 삶의 자리가 된다.
영화는 카르틀리라는 공간에 새겨진 시간의 층위를 섬세하게 포착한다. 무너져 가는 건축물의 균열과 그 안에서 이어지는 일상의 움직임은 서로 대비되며, 폐허와 삶이 공존하는 복합적인 풍경을 만들어 낸다. 빛과 어둠, 낮과 밤이 교차하는 화면 속에서 건물 안으로 스며드는 빛은 시간이 쌓인 공간을 비추는 동시에, 그곳에서 계속되는 삶의 감각을 드러낸다. 카메라는 하나의 장소와 그 안에 남겨진 시간을 관찰한다. 그러나 영화가 깊어질수록 시선은 공간을 넘어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닿는다. <카르틀리 왕국의 비밀>은 관찰의 시선이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이동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영화가 발견하는 비밀은 사라진 왕국의 흔적이 아니다. 그것은 폐허처럼 보이는 공간 안에서도 지속되는 삶의 힘이며, 주어진 장소를 자신들의 세계로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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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quare Eyes | Errika ZACHAROPOULOU | info@squareeyesfil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