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쟁
‘우리가 살고 싶은 하루’라는 제17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슬로건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세상의 모습과 극적으로 대비를 이룬다. 지금 여기에서 ‘살고 싶은 하루’라는 소망의 충족은 요원해 보이지만 우리 시대의 복잡한 문제들과 씨름하고 있는 다큐멘터리스트들의 고뇌와 성찰은 일말의 희망을 품게 만든다.
국제경쟁에 포함된 10편의 영화는 세상에 대해 할 말이 많고 진실한 자세로 귀를 기울일 태세가 되어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감독들의 이야기이다. 시의적절하고, 인간적이며, 때로는 날카로운 이 영화들은 우크라이나, 수단, 팔레스타인, 이란, 레바논, 인도의 친구들이 겪는 문제들을 다채로운 화법으로 들려준다. 지구 곳곳에서 발발하고 있는 차별과 폭력, 말살, 그리고 파괴의 상황에 대한 역설적인 해법이 올해의 슬로건 안에 함축된 소망과 떨어트려 생각할 수 없다는 것을 국제경쟁 영화들이 증언해 줄 것이다. 우정과 가족애, 연대의 친밀감을 표방하는 영화가 긴급한 이슈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은총의 순간을 제공하고 더 나은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깊이 생각하고, 때론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참신한 상상력으로 그것을 되돌려주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기를 권한다.
